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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0만원 빚이 1000만원 됐는데…경찰, 대통령이 지적하자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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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11-25 09:50 조회 3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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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독촉’ 신고 받고도 방치
시달리던 싱글맘, 극단 선택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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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홀로 6세 딸을 키우던 S모(35)씨가 사채업자들의 불법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 13일 전, 경찰이 S씨의 피해 사실을 알고도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S씨는 지난 8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사채업자들에게 90만원을 연이율 수천%대에 빌렸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자만 1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S씨 주변에 딸이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뿌려가며 협박했다. 현행법은 연이율 20%가 넘는 고리대금을 금지(이자제한법)하고 있고, 채무자·주변인 협박 같은 불법 빚 독촉도 처벌(채권추심법)한다. 하지만 S씨가 사채를 쓴 다음 달 전북 완주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그의 곁엔 법률은 물론, 불법 사채와 빚 독촉을 감시·처벌해야 할 금감원·경찰·지자체 같은 행정기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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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이 S씨의 협박 사실을 그의 지인에게 신고받은 시점은 9월 9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즉각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취약 여성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건 흔한 일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본 듯하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12일에야 사채업자들을 입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빚 독촉에 대해 “악질 범죄”라고 말한 당일이자, 경찰 신고 64일, S씨 사망 51일 만이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S씨 주거지 관할인) 서울 종암서에 배당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체됐다. 안타깝다”고 했다.


S씨는 유서에서 여섯 살 딸에게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내 새끼, 사랑한다”고 썼다. 자신을 협박한 사채업체 상호도 명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S씨 사망 2개월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사채업자들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24일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 지역은 을씨년스러웠다. 이곳은 내년부터 재개발로 본격 철거된다. 곳곳에 ‘철거’ ‘공가’ 같은 경고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본지 기자들을 만난 S씨의 동료들은 “S씨는 생전에 번 푼돈도 오롯이 딸과 아버지에게만 쓰던 사람”이라고 했다.

S씨는 6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여섯 살 유치원생 딸과 뇌졸중과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했다고 하월곡동 사람들은 말했다. 딸도 최근 피부병에 시달렸다. S씨의 벌이로는 양육비·치료비를 대기가 빠듯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6월부턴 한 달에 10일밖에 출근하지 못했고 수입이 줄었다. S씨는 지난 8월 생활비 90만원이 필요해 사채업자를 찾아가 연이율 수천%에 이 돈을 빌렸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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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에서 3km쯤 떨어진 성북구청에 S씨 등이 이주 대책을 촉구하며 걸어둔 대자보가 있었다. 이 글에서 S씨는 “얼마 전 이혼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7900원짜리 티셔츠 한 장을 사 입어봤다”며 “이 한 장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썼다. “아득바득 웃음 팔며, 몸 팔며 돈 벌어 내 자식, 병든 내 부모의 생계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데 직업이 무슨 상관이냐” “나는 내 아이에게, 내 부모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같은 문장도 있었다.

S씨는 6세 딸을 향해 “다른 평범한 가정처럼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넘치도록은 아니지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로선 당연한 것”이라며 “친부에게도 버림받은 아이를, 내 배 아파서 낳은 내 자식을 버릴 수 없다”고도 썼다.

30대 싱글맘의 이 같은 의지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무너졌다. 빌린 돈은 90만원에 불과했지만 차용증엔 원금 액수도, 이자율도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백지 차용증’을 든 S씨의 사진을 찍어서 가져갔다. 그가 약속한 9월 초까지 돈을 갚지 못하자 이자만 1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S씨의 가족·지인들에게도 욕설이 담긴 빚 독촉 문자를 하루에 수백 통씩 보냈다. S씨의 가족 사진과 유치원, 집 주소를 포함, S씨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까지 뿌려댔다. 이런 내용을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 보냈고 “아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유치원에 전화하기도 했다.

대전 출신인 S씨는 6년 전 이혼 당시 남편에게 친권·양육권은 받았지만 양육비는 받지 못해 소송 중이었다. 쉬는 날마다 대전 본가에 내려가 아버지와 딸, 남동생을 만나고 오는 일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한다. S씨의 동료들은 그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마다 딸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S씨는 사망 일주일 전부터 주변에 “내가 잘 해결하고 있다” “사채업자들에게 연락받으면 수신 거부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워낙 씩씩한 성격이라 지인과 동료들은 “정말 잘 해결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S씨의 한 동료는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월 23일 전북 완주의 한 펜션에서 S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펜션 업주는 “전날 입실하고 퇴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열쇠를 반납하지 않아 방에 들어갔더니 타버린 번개탄과 시신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향이 대전인 S씨가 완주에서 삶을 마감한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과거엔 대전 사람들이 완주로 많이 놀러 왔다”며 “어린 시절 추억 등 인연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S씨가 사망한 뒤에도 사채업자들은 유족들에게 “잘 죽었다” “그 여자 곁으로 너희도 다 보내주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협박은 금융감독원·경찰·지자체 등에 신고, 처벌할 수 있는 엄연한 범죄다. 하지만 S씨는 생전 국가 법치(法治)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한 60대 업주는 “여기서 일하다 보면, 세상이 우리를 자기네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소장은 “경찰이 취약 여성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통탄스러운 사건”이라며 “경찰 등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취약 여성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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