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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대선후보 어떻게 뽑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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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5-04-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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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은 공적인 일이다. 한국 정당들은 그 절반을 여론조사에 외주 주고 있다. 정치 양극화를 고려하면 당원이 아닌 이들의 경선 참여를 개방할 필요도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4월8일 광주시의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김두관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4월8일 광주시의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홍준표를 누르고 국민의힘 후보로, 이재명이 이낙연을 꺾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각각 선출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각 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두 당 모두에서 경선 룰에 반발해 불참하겠다는 이들이 나왔다. 김두관 전 의원은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렸다”라고 비판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다고까지 표현했다. 도대체 경선 룰이 뭐기에 이러는 걸까?

더불어민주당부터 보자. 과거 민주당에서는 대의원들만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을 수 있었다. 따라서 대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지구당 위원장(현 지역위원장)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갈랐다. 이게 달라졌다. 2002년 1월, 민주당은 당 쇄신안의 하나로 대의원과 당원뿐 아니라 선거권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국민경선’을 도입했다(갈등이 없지 않았으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다). ‘국민 선거인단’ 모집에 190여만 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가 1등을 하는 등 ‘바람’이 불었고, 결과적으로 당내 조직이 약했던 노무현이 이인제를 이기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국 정치사에 ‘참여형 당원’이 등장한 순간이다.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은 일반 국민, 권리당원(당비를 내는 당원), 대의원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국민경선 방식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서 대선후보를 뽑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선일로부터 1년 이전에 입당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 110만명에게 50% 투표권을 주고, 나머지 50%는 안심번호로 추출한 일반 국민 100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반영한다. 권리당원에게 50% 투표권을 우선 배정하면서, 일반 국민의 참여를 기존 ‘국민 선거인단’ 모집이 아닌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것이다.

왜? 이춘석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장은 4월12일 이런 방침을 발표하면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이른바 ‘역선택’ 우려다. 예컨대 전광훈 목사나 전한길 강사 세력 같은 ‘반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의 ‘국민 선거인단’에 집단적으로 들어와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경선 후보를 뽑을 경우,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논리다.

2002년 3월16일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노사모 회원들과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3월16일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노사모 회원들과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역선택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근거는 지난 30년간 어느 당 경선에서도 확인된 바 없다. 마치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선거에 지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당무 경험이 많은 민주당의 한 전직 지도부 의원은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서다가 3차 투표에서 이낙연 62.37%, 이재명 28.30%로 이낙연이 크게 앞선 것을 특정 종교단체 등의 ‘역선택’이 작용한 사례로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게 실제로 역선택이었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들러리 경선, 의미 없는 경선?



이춘석 위원장이 밝힌 또 다른 이유는 ‘당원 주권 강화’다. 2012년 본격적으로 국민경선을 시행할 때 11만명이던 권리당원이 지금은 120만명에 가까워진 만큼,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후보 선출 권리를 강화하는 게 당원 주권을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기본 전제(4월12일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 브리핑)”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앞서의 전직 지도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당직은 당원에게, 선출직은 국민에게’라는 원칙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당원 중심주의란 국회의원 등 당내 기득권자들이 (당직 선출 등) 모든 걸 좌지우지하기보다는 당원들 의견을 널리 들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신이다. 그런데 국민경선이 당원 참여를 배제했나? 당원도 국민도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아닌가? 이번 결정은 당원을 존중한 나머지 국민 참여를 배제한 꼴이다. 당원과 국민이 ‘함께’ 대선후보를 선출하고자 했던, 민주당이 지켜왔던 또 다른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만약 이재명 전 대표가 경선에서 90% 가까운 득표율로 이길 경우 그게 본선에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이번 룰 변경 이유는 둘 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당시의 구도에서 어떤 경선 룰이든 이재명 전 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재명 전 대표도 룰 변경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다수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상황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룰 변경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들러리 경선, 의미 없는 경선으로 가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이다” “절차에 있어서도 어떤 협의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은 가능한 한 관행적으로 정해놓고, 그 규칙에 따라서 공직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 정당의 기본적인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두 예비후보는 김두관 전 의원과는 달리 경선에는 참여하기로 했다. 최종 경선 결과 4월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89.77%의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87%,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3.36%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국민 선거인단’ 대신에 도입한 이번 경선 룰은 국민의힘의 그것과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1차 경선에서 100% 국민 여론조사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2차 경선에서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2명으로 추린다. 2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시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후보 2명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그런데 국민 선거인단 방식뿐 아니라 여론조사 역시 이론적으로는 역선택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민주당 지지자이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자기 당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경우다. 그래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다. 즉 다른 당 지지자는 빼고, 자기 당 지지자와 무당층의 여론조사 결과만 집계하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4월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4월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지점을 문제 삼았다. 무당층이 여론조사에 응답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을 고려하면, 당원 투표뿐 아니라 ‘국민 여론조사’도 사실상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나 다름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중도나 진보층, 지지 정당으로는 민주당 지지층이나 무당층 등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더 성문을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이 진짜로 원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 국민의힘 지지층은 국민의힘 대표할까



하지만 역선택 방지 조항까지 없애자는 데는 당 안팎의 공감대가 그리 넓지 않은 듯하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윤석열 탄핵 찬성파’에 속하는 한동훈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건,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니 우리 당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층 의견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런데 무당파를 넘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까지 (비록 몇 명 안 되더라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열어둔다면, 그들이 정작 선거 때는 누구를 찍겠나. 자칫 허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사실, 대의원이나 당원 등이 아닌 정당 바깥에 있는 국민이 그 정당의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 게 꼭 좋은 일인지는 논쟁적이다. 정당정치 자체가 각 정당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의사를 ‘여론조사’로 반영하는 현실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건 상당히 공적인 일이다.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정치가 해야 할 결정을 싼값에 외주 주는 행위다. 비유하자면 어디까지나 체온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인 온도계를 수술실 칼처럼 써온 거다. 비상계엄 이후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금, 정말 이대로 가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도 “경선이나 선거운동은 유권자를 상대로 비전을 제시해 그의 선택을 바꿔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여론조사는 그런 참여나 상호작용 없이 무작위로 추출된 누군가에게 갑작스레 선호를 묻는다는 점에서 몰정치적이고 반정치적인 방식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정치 양극화를 고려하면, 정당이 여론조사가 아닌 국민 선거인단 같은 형태로 경선 참여를 당원이 아닌 이들에게 어느 정도 ‘개방’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윤 선임연구원은 말했다.

이는 헌정질서 수호와도 관련된다. 〈시사IN〉·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3~5일 공동으로 실시한 웹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고 현재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의 58%가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했다. 반면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을 찍고 현재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57%가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했다. 현재 남아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거대 양당의 한 축을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인지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4월29일 오후 2시 ‘윤석열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윤석열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중에서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추린 후보 2명을 발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같은 방식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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