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한국 AI 산업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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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가성비 AI 모델 경쟁 확산···한·미·일 AI 동맹 시동
각국 딥시크 차단···“AI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키워야”
세계적으로 AI 관련 개발 및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미·일 대표 기업의 AI 회동이 지난 2월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연합뉴스
한국이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흥행에 놀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며 협업을 공식화했다. 당장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얻어내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협상력을 잘 발휘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오픈AI의 행보는 중국 기술 추격에 맞서 일본·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AI 동맹을 구축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한국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AI 업계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이 AI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강남 서초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이 AI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대외 행보로, ‘한·미·일 AI 동맹’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관심을 끌었다.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이 회장에게 725조원가량 투입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손 회장은 회동 후 “좋은 논의였다”며,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에 대해선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별도 회견에서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 스타게이트는 공급망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한 프로젝트”라며 “(오늘)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파트너십이 있을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회동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삼성 스타게이트 합류 촉각, SK 포괄 협력 검토
반도체 업계에서는 위기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합류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빅테크와 협력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고 미국이 원하는 인프라 구축에서도 삼성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주요 파트너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날 오전 오픈AI의 한국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을 찾아 올트먼 CEO와 회동했다. 회동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등 포괄적인 협력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회동 후 “굉장했다”라며, 최 회장을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말했다. SK그룹은 “AI 반도체 및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오픈AI와의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 2월 4일 올트먼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챗GPT 기술을 카나나 서비스(대화형 AI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론칭하게 된다”며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픈AI의 GPT-4o를 비롯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카나나를 고도화하고, 오픈AI는 한국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모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네이버와 달리 해외 선두 기업과 함께 AI 앱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을 택한 셈이다.
네이버는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소버린(주권) AI로 정하고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시키며, 공공기관 등의 기업간거래(B2B)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추진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도 확장하고 있다. AI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에서 나온 지 7년 만으로,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복귀에 힘을 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트먼과 손잡은 카카오, 이해진 복귀한 네이버
딥시크가 지난 1월 20일 공개한 추론 AI 모델 R1은 국내외 AI 업계에 충격을 줬다. 초기 AI 모델 개발 비용을 밝히지 않고, 엔비디아의 저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H800이 아니라 H100을 빼돌려 썼다는 의혹 등이 있지만, 대중에 공개된 모델의 성능과 가성비는 인정받고 있다. 딥시크에 따르면 저사양 GPU 2000개를 활용해 오픈AI의 ‘o1’과 성능은 유사하면서 비용은 18분의 1만 들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비싼 칩을 많이 쓸수록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스케일링 법칙’을 깨뜨리고, 미국 빅테크기업이 AI 경쟁의 승자라는 인식을 뒤흔들었다.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화제였다.
도전에 직면한 올트먼 CEO는 오픈소스 방식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챗GPT의 일부 기술을 공개할 것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오픈소스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픈AI의 모든 직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폐쇄 진영과 오픈 진영 간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업계에서는 비용을 낮추고 모델 품질을 올리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과 오픈AI는 딥시크를 겨냥해 경량화된 AI 모델을 무료로 내놓기 시작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의 기술 코드, 설계도까지 공개해 수천억원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개발 경쟁으로, 제품화된 AI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빅테크와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역전 기회가 생긴 만큼 정부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향후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딥시크 열풍이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데이터 보안이나 안전성 부문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국내 정부 부처는 지난 2월 6일 인터넷에 연결된 PC로는 딥시크를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사들도 접속을 막았다. 다만 오픈AI의 챗GPT 등 다른 AI 서비스 접속은 막지 않았다. 챗GPT는 정보당국에서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수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딥시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중국 서버에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보 유출 및 보안 우려가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딥시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절차, 처리 및 보관 방법 등의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딥시크 측은 회신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도 딥시크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주 등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앱 마켓에서도 전면 차단했다. 오순영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세계 각국이 ‘우리도 (딥시크처럼) 저비용으로 자체 AI 모델을 만들어 보자’라며 AI 개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논의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딥시크는 ‘AI 산업의 2막’을 열었다”면서도 “딥시크 모델이 보안·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의 딥시크 차단 조치에 대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중시하고 법에 따라 보호한다”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에도 기업이 해외 각국의 제재 조치에 직면할 때 ‘합법적 권익 수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보복 같은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지각생 한국, 3대 강국 목표로 총력전
딥시크 쇼크에 자극받은 한국도 뒤늦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4일 연내 국가 AI 컴퓨팅센터에 구축할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GPU 확보 계획은 2030년까지 3만장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GPU H100 기준으로 메타는 35만장, xAI는 10만장, 테슬라는 3만5000장, 아마존웹서비스는 3만장, 구글은 2만6000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전체를 통틀어 H100 GPU가 2000장 정도 수준이다. 과기부는 또 AI 기술 경쟁의 주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을 이달 말 확정해 발표한다.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AI 모델·서비스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서는 AI 인프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딥시크 탄생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AI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가 넘어, 딥시크를 이을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약 1만3000건으로, 미국(8600여건)을 앞질렀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딥시크는 AI 등 첨단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계획과 노력의 결과다. 단순한 기업지원을 넘어 실리콘밸리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AI 생태계 자체를 바꾸려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불투명한 미래에 지금도 미국과 중국으로 가는 인재들이 떠나지 않도록 한국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서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 지정학적 파고와 빅테크 기업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찬준 고려대 정보대학 교수는 “서비스 개발로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천기술인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대한 육성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각 레벨에서 필요한 최적화된 기술로 AI 성능을 극대화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형 AI를 향한 R&D(연구·개발)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각국 딥시크 차단···“AI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키워야”

한국이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흥행에 놀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며 협업을 공식화했다. 당장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얻어내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협상력을 잘 발휘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오픈AI의 행보는 중국 기술 추격에 맞서 일본·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AI 동맹을 구축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한국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AI 업계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이 AI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강남 서초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이 AI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대외 행보로, ‘한·미·일 AI 동맹’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관심을 끌었다.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이 회장에게 725조원가량 투입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손 회장은 회동 후 “좋은 논의였다”며,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에 대해선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별도 회견에서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 스타게이트는 공급망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한 프로젝트”라며 “(오늘)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파트너십이 있을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회동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삼성 스타게이트 합류 촉각, SK 포괄 협력 검토
반도체 업계에서는 위기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합류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빅테크와 협력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고 미국이 원하는 인프라 구축에서도 삼성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주요 파트너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날 오전 오픈AI의 한국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을 찾아 올트먼 CEO와 회동했다. 회동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등 포괄적인 협력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회동 후 “굉장했다”라며, 최 회장을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말했다. SK그룹은 “AI 반도체 및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오픈AI와의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 2월 4일 올트먼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챗GPT 기술을 카나나 서비스(대화형 AI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론칭하게 된다”며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픈AI의 GPT-4o를 비롯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카나나를 고도화하고, 오픈AI는 한국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모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네이버와 달리 해외 선두 기업과 함께 AI 앱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을 택한 셈이다.
네이버는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소버린(주권) AI로 정하고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시키며, 공공기관 등의 기업간거래(B2B)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추진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도 확장하고 있다. AI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에서 나온 지 7년 만으로,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복귀에 힘을 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트먼과 손잡은 카카오, 이해진 복귀한 네이버
딥시크가 지난 1월 20일 공개한 추론 AI 모델 R1은 국내외 AI 업계에 충격을 줬다. 초기 AI 모델 개발 비용을 밝히지 않고, 엔비디아의 저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H800이 아니라 H100을 빼돌려 썼다는 의혹 등이 있지만, 대중에 공개된 모델의 성능과 가성비는 인정받고 있다. 딥시크에 따르면 저사양 GPU 2000개를 활용해 오픈AI의 ‘o1’과 성능은 유사하면서 비용은 18분의 1만 들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비싼 칩을 많이 쓸수록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스케일링 법칙’을 깨뜨리고, 미국 빅테크기업이 AI 경쟁의 승자라는 인식을 뒤흔들었다.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화제였다.
도전에 직면한 올트먼 CEO는 오픈소스 방식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챗GPT의 일부 기술을 공개할 것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오픈소스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픈AI의 모든 직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폐쇄 진영과 오픈 진영 간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업계에서는 비용을 낮추고 모델 품질을 올리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과 오픈AI는 딥시크를 겨냥해 경량화된 AI 모델을 무료로 내놓기 시작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의 기술 코드, 설계도까지 공개해 수천억원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개발 경쟁으로, 제품화된 AI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빅테크와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역전 기회가 생긴 만큼 정부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향후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딥시크 열풍이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데이터 보안이나 안전성 부문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국내 정부 부처는 지난 2월 6일 인터넷에 연결된 PC로는 딥시크를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사들도 접속을 막았다. 다만 오픈AI의 챗GPT 등 다른 AI 서비스 접속은 막지 않았다. 챗GPT는 정보당국에서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수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딥시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중국 서버에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보 유출 및 보안 우려가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딥시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절차, 처리 및 보관 방법 등의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딥시크 측은 회신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도 딥시크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주 등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앱 마켓에서도 전면 차단했다. 오순영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세계 각국이 ‘우리도 (딥시크처럼) 저비용으로 자체 AI 모델을 만들어 보자’라며 AI 개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논의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딥시크는 ‘AI 산업의 2막’을 열었다”면서도 “딥시크 모델이 보안·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의 딥시크 차단 조치에 대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중시하고 법에 따라 보호한다”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에도 기업이 해외 각국의 제재 조치에 직면할 때 ‘합법적 권익 수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보복 같은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지각생 한국, 3대 강국 목표로 총력전
딥시크 쇼크에 자극받은 한국도 뒤늦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4일 연내 국가 AI 컴퓨팅센터에 구축할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GPU 확보 계획은 2030년까지 3만장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GPU H100 기준으로 메타는 35만장, xAI는 10만장, 테슬라는 3만5000장, 아마존웹서비스는 3만장, 구글은 2만6000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전체를 통틀어 H100 GPU가 2000장 정도 수준이다. 과기부는 또 AI 기술 경쟁의 주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을 이달 말 확정해 발표한다.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AI 모델·서비스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서는 AI 인프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딥시크 탄생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AI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가 넘어, 딥시크를 이을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약 1만3000건으로, 미국(8600여건)을 앞질렀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딥시크는 AI 등 첨단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계획과 노력의 결과다. 단순한 기업지원을 넘어 실리콘밸리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AI 생태계 자체를 바꾸려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불투명한 미래에 지금도 미국과 중국으로 가는 인재들이 떠나지 않도록 한국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서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 지정학적 파고와 빅테크 기업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찬준 고려대 정보대학 교수는 “서비스 개발로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천기술인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대한 육성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각 레벨에서 필요한 최적화된 기술로 AI 성능을 극대화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형 AI를 향한 R&D(연구·개발)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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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기업들 도와주지는 못 할 망정 발목이라도 안 잡아야 하는데...
뭐라도 경제살렸으면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