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에 직접 공격 가능성…지정학 리스크에 유가·증시 널뛰기[데일리국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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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버스터미널 등 공습 지속
트럼프,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능력 과시
중동 긴장 고조에 유가 상승·증시 하락
6월 FOMC, 금리인하 전망 축소 우려도
물가우려 속 경기둔화 징후···소매판매 -0.9%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가능성이 줄어들고 오히려 미국 측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경고하며 무조건 항복을 촉구한 후 원유 가격이 오르고 증시가 하락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99.29포인트(-0.7%) 떨어진 4만2215.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0.39포인트(-0.84%) 하락한 5982.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0.12포인트(-0.91%) 내린 1만9521.09에 장을 마감했다.
재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마크 루스키니는 “관세와 중동 전쟁 발발은 시장에 리스크를 높이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란이 휴전과 협상을 원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라 시장은 중동 긴장이 완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란과 관련 “무조건 항복”이라고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목표물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등 결정적 무기 공급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에 나설 지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1시간 이상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은 군사 공격을 계속해서 감행했다. 이날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버스터미널에 떨어졌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을 통해 이란의 방공 미사일 포대 70개 이상을 무력화 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란 전역에 걸쳐 전투기와 미사일 발사대, 레이더 시스템 등을 집중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 충돌 상황이 지속되는 데 더해 미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 까지 거론되면서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달러도 이날은 안전자산으로써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0.82% 오른 98.80을 기록했다.
반면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이어졌던 금 값은 이날 하락 흐름을 보였다. 이날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0.3% 하락한 3386.60 달러에 마감했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르딜로는 “달러가 반등하면서 수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도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07달러(4.28%) 상승한 배럴당 74.8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하순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3.22달러(4.40%) 오른 76.45달러에 마감했다. 약 4개월 만의 최고 종가다.
일부 분석가들은 에너지 가격 불안이 관세 관련 위험으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모닝스타 웰스의 수석 멀티자산 전략가인 도미닉 파팔라도는 “이제 이것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당장 하루 뒤 인 18일로 예정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기존 2차례에서 한 차례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서비스 기업 에버리의 시장전략 책임자인 매튜 라이언은 “관세 불확실성을 고려할 대 연준 관계자들은 (2차례 내릴 것이란) 자신의 견해를 바꿀 만큼 확신이 부족할 수 있다”며 2회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다만 그는 “일부 관계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은 일부의 전망 변화가) 전체 연내 금리 인하횟수를 한 차례 인하로 바꾸기에 충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현재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내 금리가 2차례 인하될 확률이 40.1%로 가장 높다. 그 뒤로 한 차례 인하 확률(30.1%)이 뒤 따르고 있다. 당장 이번 6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가 없을 확률이 99.9%로 시장은 사실상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매 판매가 예상치 못하게 위축된 점은 또다른 변수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5월 소매판매액이 전월대비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0.6% 감소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자동차 판매액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자동차를 제외하로도 소매판매는 0.3% 감소했다. 보고서의 13개 품목 중 7개 품목이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4월 소매판매 지표도 전월 대비 '0.1% 증가'에서 '0.1%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관세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선구매에 나섰다가 신규 구매를 급격히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간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로,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월가는 현재로서는 4월과 5월 소매판매 감소를 관세에 따른 변동성 확대 정도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이런 감소소 지표가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웰스파고 경제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오늘 발표된 5월 보고서는 관세 속에서 지출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지에 대한 측면에서 그다지 낙관적인 성적표가 아니다”라며 “약간의 조심스러운 징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약세 징후는 중동 갈등 리스크와 겹체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을 불렀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6.8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88%에 거래됐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경제 지표가 부진하면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수익률이 낮아진다.
뉴욕=김흥록 특파원(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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