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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차 막아선 김동현씨 "누구든 도와줄 거라 확신했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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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12-30 10:31 조회 3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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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누구든 도와주러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날 밤 국회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나서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꼭 찾아달라”고 했던 시민의 정체가 밝혀졌다. 직장인 김동현(33)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국회 인근을 지나던 군용차량을 홀로 막아섰다. 김씨가 차량의 앞부분을 짚고 운행을 저지하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곧바로 합세해 차량을 막아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 장면을 포착해 영상을 올린 뒤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됐고 이 대표까지 김씨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갈무리


김씨는 영상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밝히는 데까지 고민이 많았다. 김씨는 지난 2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인 데다 자신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까 봐 우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관심을 받은 김에 그날 국회를 지켰던 모든 분을 대신해 말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김동현씨가 24일 자신의 엑스에 올린 영상. 김씨는 “그날 휴대전화로 영상 이후 상황을 담은 영상입니다. 막자마자 뛰어와 함께 해주신 분들 덕에 안전하다고 느꼈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라고 적었다. 김씨 제공


영상이 찍힌 시점은 4일 새벽 2시께.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에서 국회 뒷문 방향으로 가려는 군용차량이 김씨의 눈에 띄었다. 이미 새벽 1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계엄 해제를 선언하지 않았을 때였다. 김씨는 “시민들이 순순히 비켜줬을 때 정말로 (국회가) 안전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단 차량을 향해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 안에 있던 군인이 비키라고 계속 손짓을 했다. 내가 처음 차량 앞에 서자 겁을 주려는 듯 슬쩍 앞으로 움직였다”며 “나는 ‘밀 테면 밀어봐라. 너희는 절대 국회 쪽으로 못 간다’는 느낌으로 버텼고 합세한 시민들이 계속 막으니까 시동을 건 채 멈춰있던 차량은 결국 후진해서 서강대교 쪽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지하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새벽 5시30분께까지 영상 속 사거리를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차량 앞을 막아선 용기의 원천은 동료 시민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수많은 시민들이 맨몸으로 경찰·군인 버스를 막고 계엄군을 붙잡았고 국회 안에서도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를 뿌릴 정도로 절박하게 국회를 지키고 있었다”며 “그런 모습들에서 용기를 얻었고 내가 이 차를 막으면 누구든지 함께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영웅이 아니”라며 “그날 밤 모두가 절박하게 민주주의와 일상을 지키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4일 0시30분께 강서구 화곡동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여느 날처럼 퇴근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역에서 켠 휴대전화 화면에 ‘계엄’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계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고 한동안은 현실감이 없었어요.”



필시 국회에서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 두꺼운 옷부터 챙겼다. 그리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사료와 물을 준비해 뒀다.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는 예약 문자를 보내놓기도 했다.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를 챙겨줄 수 있도록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내란의 밤’은 지났지만 김씨의 일상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회사나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첫 일주일 동안은 날마다 국회 담장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고 한다. 김씨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요 혐의자들이 체포될 때까지는 긴장이 최고 수준이었다. 2차 계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영상이 화제가 된 뒤 김씨는 댓글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댓글에는 “용기 있는 시민의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그대들의 숭고한 애국행동이 대한민국을 살렸다”, “당신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함께 차량을 막아선 이들을 포함해 국회를 지켰던 모든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내가 믿었던 대로 뛰어와 함께 지켜줘서 감사했다. 정말 많이 든든했다”며 “이름도 모르지만 옆에 있었을 때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관저에서 버티고 있는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숨지 말고 나와서 책임을 다하라. 당신의 마지막 책임은 회피하지 말고 처벌받는 것뿐이다.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고 당신은 반드시 패배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댓글목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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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쳐서 진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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