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약강이냐"…'尹 체포 실패' 공수처에 쏟아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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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경호처 등의 저항에 가로막혀 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초유의 ‘체포 포기’ 사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장 집행이 중지 상태인 만큼 재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공수처는 3일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향했으나 경호처 등의 저지선을 뚫지 못한 채 5시간 넘게 문 앞 대기만 하다 돌아왔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중지하자 비판이 잇따랐다. 과거 노동조합, 농민시위 등에서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집행했던 수사기관이 대통령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수처는 무엇을 위해 있는 기관인가” “관저 문을 부수고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위법적인 경호처 직원을 체포해서라도 윤석열을 체포했어야 했다”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숱하게 발부돼 온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오늘 ‘강약약강’(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함)인 대한민국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09년 공장에서 파업 농성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공권력이 어떻게 진압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와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 내부에서도 “왜 약자에겐 폭력으로 진압하고 윤석열은 봐주냐”는 항의가 나왔다는 전언이 있다.
공수처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관저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과 경호처에 막혀 건물 내부로는 진입하지 못했다.
경호처에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경호처 측에서 경호법 등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장시간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공수처는 집행 착수 약 5시간30분 만에 사실상 이날 집행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피의자 윤 대통령과는 대면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장에 투입된 공수처 인원은 100여명으로 경호처 측이 200명으로 더 많았다.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되거나 연행된 경호처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체포영장 집행이 공수처의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1차 실패’를 명분으로 더욱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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